전에도 쓴 바 있듯이 나는 근래 들어서 꿈을 아주 디테일하게 꾼다. 어제 오후 9시에 잠들었는데 오늘 오전 11시에 깨어나면서 나는 그야말로 여러 신변잡기한 꿈의 시리즈를 꾼 듯 하다. 이번 꿈은 몽롱하고 뒤섞여 있어서 그 서사과정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 중 대부분은 벌써 기억에서 잊혀졌는데 기억나는것이 몇개 있다.
 1. 어렸을 적 소꿉친구의 집을 다시 방문했는데 왠일인지 바지를 벗고 속옷차림으로 드러누워 있었다. 후에 그 일을 후회하는 나.
 2. 성인물을 보다가 어떤 집단(어머니 포함)에게 발각되었다. 나는 죽고 싶어질만큼 놀림당했다. 이상하다. 원래는 그런 일로 굳이 부끄러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1~2는 가장 긴 꿈이었지만 애매해서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느낌만은 선명한데 말하자면 비참하고 부끄럽고 추방당하고 조소당하는 그런 꿈이었다. 과거 친구들도 몇 명 등장했는데 그들의 역할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라는 소재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
 3. 거대한 극장에서 내가 리모콘을 손에 쥔 채 영화를 보고 있었다. 나 외에 영화를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는 성인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다른 영화를 틀었다. 하나는 퍼스트 건담의 영어 더빙판이었고 하나는 퍼스트 건담의 실사판이었다. 실사판을 보고 있자니 그 사람이 와서 다른 걸 보겠다고 리모콘을 달라고 했다. 나는 넘겨주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슨 성인물에 미친 녀석이나 건담 매니아인줄 착각할 여지가 있는데, 사실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꿈에는 자신의 욕구나 두려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재들이 때때로 비중있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4. 이것은 애니로 꾼 꿈이다. 내가 애니의 한 과정에 있었는데 경쾌한 분위기에서 만화로 그려진 어떤 친구들(여성들이었는데 모 만화가의 여성들처럼 생겼다. 분명히 성욕 등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냥 친구들이라는 그런 분위기였다.) 과 아주 재밌게 물에 빠지고 빠트리면서 놀고 있었다. 내가 물에 빠지고 올라 오자 갑자기 분위기가 차갑고 조용하게 바뀌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지 않고 무릎을 모아 앉아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5. 이것은 마지막으로 꾼 꿈(아마 10시 반 경에서 11시까지 정도)인데 가장 선명하고 서사과정이 뚜렷하다. 어쩌면 단지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는 시점부터 서술을 하자면 편의점에 가서 설탕바른 땅콩과 또 무언가를 섞어서 주문하고 있는데(편의점에서 이런 것을 사 먹은 기억은 없다) 갑자기 한 40m 밖에서 어떤 검은 옷을 입고 푸석한 머리를 하고 있는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아마 칼을 들고 있어다.) 아마 기차역 안에 있는 편의점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즉시 어디론가 도망쳤다. 나도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여기서 설정 무대가 기차역에서 빌딩으로 바뀌었다. 지하에 있었으므로 1층으로 올라가서 밖으로 나가는 게 더 현명하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도망쳤을 것으로 짐작해 나는 왠지 차별화를 두고 싶었으므로 지하 층계로 도망쳤다.
 지하층은 여러 음식가게들이 들어서 있는데 다 고급 음식점처럼 보였다. 클래식 음악이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그 괴한에 대해서 알려 주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그러지 않았다. 한 통로로 들어가자 음식점이 아닌 그냥 방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어떤 부자가 소파에 앉아 게임기 비슷한 것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의 TV 밑의 서랍에는 여러 DVD나 음반이 꽂혀 있었다. 창 밖으로는 건물들이 보였다.(지하였는데 어째서?) 그 우측 통로에 있는 한 가게에서는 부부가 자신들이 먹은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 좌측 통로로 나가자 어떤 아줌마가 와서 김치 대접시를 내려놓았다. 불고기도 보였는데 색이 예쁜 핑크색이었다. 늙은 남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샌드위치를 시켜 먹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양만 많지 질은 별로로 보이는군.' 그 옆에는 KFC가 보였다. 그 광고판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왜 이런 비싼 곳에 패스트 푸드점이 있는 것일까? 나는 순간 경제 선생님이 말해준 파리인가 어딘가에 있는 가장 비싼 맥도날드를 연상했다. 그 옆에 조금 떨어져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 후로는 기억나는 바가 없다.
 이번 꿈, 특히 5번 꿈을 꾸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나의 꿈은 종종 무의식의 표출이라기보다는, 그저 내 일상 경험의 반복인 것 같다. 5번 꿈에도 내가 흔히 생각하고 경험하고 하는 자잘한 것들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by 짙푸른 | 2008/06/14 12:02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jiprune.egloos.com/tb/46655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