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인간

 근 3년, 아니 2년 나의 생활은 사회적 능력에서 보았을 때 C에서 B로 옮겨가는 과정이었던것 같다. 나는 B급 인간이다. 중간은 가는데 멍청해서 실수를 곧잘 한다. 가끔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그것은 허상. 자기만족. 가끔씩 번득이는 가능성. 그런데 그것은 B급이라면 누구나 있다. 사회는 A급을 요구로 한다. A급이 더 잘났다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에 좀 더 필요한 부품이라는 말이다. A급은 늦잠 자지 않고 실수는 가끔밖에 하지 않고 일정에 철저하고 자잘한 고민을 한다. 완전한 타의에 의한 사고 외에는 절망이라는 것을 경험해 볼 일이 없는 부류다. 나는 A급이 되고자 하고 있다.
 사실 이미 늦었다. B급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대학은 B급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러한 것이 이미 도무지 상관이 없다. 그렇다. 나는 C에서 B로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A로 갈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다른 어떠한 부차적인 팩트는 필요가 없다. 단지 A로 갈 뿐이다.
 교사는 나를 패배자로 보았다. 어떻게 힘을 내면 갱생이 가능할 정도인, 그런 부진한 자로. 그런데 그렇게 간단히 힘을 낼 수 있으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느냐고... 힘을 못 내니까 B급이 아니겠냐고... 그런데 사실은, 네 그렇습니다. 저는 패배자입니다. 근데 이거 아세요? 패배자도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느리적거리며 기어서 나아간답니다. 그것은 게을러서인데 사실 게으르니까 패배자죠. 게으름을 이기기 위해서는 게으른 걸음이 언젠가 뜀박질이 되도록 계속 기어갈 수밖에 없어요. 네, 패배자도 나아갑니다. 패배자가 나아가는 것은, 그것은 사실, 뭐랄까, 빛나는 내일이라던지, 희망찬 미래라던지, 그런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고, 사실 현실지향적인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패배자는 존재할 이유조차 잃어버린다고 스스로 생각하거든요. 사실 골인을 하지 못해도 좋아요. 자동차 게임 하다 보면 리타이어라는 거 있죠? 8등으로 끝없이 외로운 길을 달리다 갑자기 타의에 의해 뚝 멈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너는 졌다! 하며 갑자기 선전포고되는 그 무력한 패배. 리타이어해도 좋아요. 아니 사실 리타이어 할겁니다. 아마 그렇게 보는게 옳겠죠. 뭐 골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만약이죠. 사람이란 항상 만약을 가정하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절망하게 되니까, 만약이라는 건 아예 생각을 안하는게 건강에 좋습니다. 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앞으로 갈겁니다. 울지 않으려고.

by 짙푸른 | 2008/06/19 23:5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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