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3일
초등학생들의 축구
오늘 아동 세 명이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것을 보았다. 여자아이 한 명에 남자아이 둘.
치마까지 곱게 차려 입은 소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왜 여아들은 스포츠를 하지 않을까? 초등학생까지는 남여의 체력이 엇비슷하다. 열심히 연습하면 축구에서도 소년들을 제칠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 까지도 원한다면 농구나 축구 따위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소녀들은 거의 스포츠를 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여아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피구라던지.
이렇게 문화의 차이와 집단의 양분이 운동장에서 처음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소녀들은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를. 소년들은 축'구'와 농'구'를. 비경쟁적이고 협동적인 '놀이'를 하면서 소녀들은 소녀가 되고 전체주의적이고 호전적인 '구기'를 하면서 소년들은 소년이 된다. 어떠한 크로스오버도 단지 극소수의 괴짜로 취급될 뿐이다. 나는 스포츠를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축구는 정말로 싫어했다. 쓸쓸하게 골문 주변을 서성인 것이 몇 게임이던가... 생각해 보면 나는 단 한 골도 넣어본 적 없다. 슬픈 유년기다.
생각해보면 축구 같은 단체 스포츠는 그 내부적으로 어떤 약점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항상 약한 아이들은 짐짝으로 취급된다. 강한 아이들은 우상화된다. 모든 남자가 스포츠를 할 필요는 없다.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것은 결함이 아니다. 체육시간에 강제로 아이들을 잔디밭으로 농구장으로 몰아 넣지 말아라. 약한 아이에게는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섬세하고 평화적인 신체 놀이를 장려하면 된다. 반대로 모든 여자가 스포츠를 안 할 이유도 없다. 여아들에게도 그 땀 뻘뻘나는 잔디밭의 질주를 체험하고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탈 젠더인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갑자기 말을 걸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일단 매점에 들어갔다 나온 후 물어보자. 매점을 나오자 그 아이들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아깝다.
# by | 2008/06/23 20:4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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